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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발 세금전쟁, 반독점·저작권 분야로 확전

결국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3년간의 조사 끝에 유럽연합(EU)이 애플에 13억 유로(약 14억6000만 달러)에 달하는 추징금을 매기면서다. 이를 계기로 다국적 기업과 국가 간 갈등이 세금을 넘어 경쟁정책과 프라이버시 문제 등으로 전면화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31일 전했다. EU 집행위원회(EC)는 독점 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글을 압박하고 있다. EC는 지난 7월 온라인 검색시장에서 구글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반독점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구글이 일반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자사의 비교구매 서비스에 과도하게 혜택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비교구매 서비스란 인터넷 쇼핑에서 같거나 유사한 상품에 대해 가격.품질.배달 등의 조건을 비교한 후에 물건을 구매하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EU는 또 저작권법 개혁안을 마련해 구글.페이스북 등 검색 엔진 업체들이 유럽 언론사의 뉴스 콘텐트를 사용할 경우 비용을 내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유럽 국민의 개인 정보를 마음대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프라이버시 보호(Privacy Shield)' 정책도 마련했다. 기업들이 유럽의 정보보호 기준을 준수한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증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애플에 이어 다른 미국의 다국적 기업에도 세금 이슈가 불거지고 있다. 룩셈부르크에 유럽 본사를 둔 맥도널드와 아마존이 타깃이 됐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12월부터 EU 조사를 받고 있다. 룩셈부르크에 세운 법인 '맥도널드 유럽 프랜차이징'은 유럽과 러시아 전 매장에서 로열티를 받지만 2009년 이후 어떤 나라에도 로열티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았다. EU는 "이렇게 과세되지 않은 맥도널드 유럽 프랜차이징의 순이익이 2013년 한 해에만 2억5000만 유로"라고 지난달 밝혔다. 아마존도 2014년부터 EU 조사를 받고 있다. 아마존 역시 유럽에서 거둔 이익을 룩셈부르크 법인 '아마존EU'로 이전하고 조세당국과 합의해 로열티 과세를 면제받았다. EU는 구글이 지난 1월 영국 국세청과 합의한 세금납부 건도 들여다보고 있다. 구글이 2005년부터 밀린 세금 1억3000만 파운드를 추가로 내겠다고 했지만 과도한 감면이 이뤄졌다는 판단에서다. EU의 이번 세금폭탄을 유럽 기업들을 제재한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게리 후프바우어 선임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FT) 인터뷰에서 '디젤 스캔들'의 독일 복스왜건(벌금 150억 달러)과 프랑스 BNP파리바(89억 달러) 등에 미국이 가한 제재를 언급하며 "미국과 EU가 상대방 기업에 벌금을 매겨 앙갚음하는 방식의 위험한 관계에 갇혀있다"고 말했다. 임채연 기자

2016-09-01

브렉시트 2019년 말에나 가능할 듯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2019년 말이나 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협상에 전혀 준비가 돼 있지 않은데다 내년 프랑스와 독일에서 선거가 치러지면서 협상 개시 시점이 지연될 것이란 분석이다. 영국 선데이타임즈는 14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브렉시트 준비를 위해 새로 만든 부처들이 협상을 시작할 준비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레서 메이 영국 총리가 취임 후 내각을 구성하면서 브렉시트 추진을 위해 신설한 브렉시트부와 국제통상부는 지금까지도 전문가를 채용하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브렉시트부는 필요 직원 250명 중 절반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고 국제통상부는 1000명의 통상정책 전문가를 채용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확보한 인력은 100명도 안된다. 여기에 국제통상부와 외무부는 통상업무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리암 폭스 국제통상부 장관이 보리스 존슨 외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외무부는 외교와 안보에만 주력해야 한다"며 "만일 통상 업무를 외무부가 그대로 한다면 다른 국가와의 교역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한 프랑스와 독일에서 내년 5월과 9월에 각각 선거가 예정돼 있어서 인력이 준비된다 해도 협상에 들어가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영국이 2017년 초에 브렉시트 협상에 공식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보다 3년 가까이 늦어지는 것이다.

2016-08-15

[시론] 브렉시트와 '붉은 죽음의 가면'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과 미국 연방대법원의 이민개혁안 부결 소식을 접하면서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 '붉은 죽음의 가면(The Masque of the Red Death)'이 문득 떠오른다. 중세 유럽의 한 나라에 '붉은 죽음(적사병)'이라는 이름의 치명적인 괴질이 창궐하기 시작했다. 그 병에 걸리면 얼굴과 온 몸이 붉게 변하고 심하게 앓다가 반 시간 후에는 죽고 마는 무서운 병이었다. 그런데 그 나라의 황태자와 그를 따르는 1000명의 귀족들은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한 수도원에 들어가 머물며 괴질이 지나가기를 기다린다. 그 안에서 그들은 밤마다 파티를 열어 쾌락을 즐기고 자신들의 안녕만 도모할 뿐, 담장 밖에서 죽어가는 많은 백성들에 대해서는 아무 관심도 없었다. 어느 날 밤 가면무도회가 절정에 이를 때, 황태자는 홀을 가득 메운 사람들 가운데 한 남자가 몸에는 상복을 입고 얼굴에는 붉은 죽음의 가면을 쓰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대로한 황태자는 칼을 빼어들고 그 괴한을 쫓아가 가면을 벗기고 그의 얼굴을 들여다 보다가 크게 놀라서 그 자리에서 즉사하고 만다. 가면 속에 사람은 사라지고 아무 것도 없었다. 거기에는 '붉은 죽음' 그 자체만 남아 있었다. 황태자와 함께 수도원 높은 방벽의 보호 속에 안락을 즐기던 선남선녀들은 물론, 온 나라가 어둠과 부패와 '붉은 죽음'의 제물이 되고 만다는 것이 이 소설의 끝이다. 170여년 전에 쓰인 소설이 놀랍게도 마치 오늘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미국, 영국 같은 선진국의 국민 입장에서는 마구 밀려 들어오는 이민자나 난민이, 그리고 그들이 함께 가져오는 이질문화가, 마치 자신들의 목을 죄며 위협하는 괴질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다분히 그럴 것이다. 그 괴질의 근본 원인이 과거 그들의 조상들이 그 민족들에 저질러온 탐욕적 침탈에 있다는 것을 알든지 모르든지 간에. 그래서 영국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브렉시트를 선택했으며, 미국의 대법원은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면서 이민개혁안을 거부했다. 아마도 스스로를 안전한 담장 안에 보호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선택이 점점 더 좁아지는 세계 속에서 도도하게 밀려오는 민족의 이동을 과연 얼마나 막아 낼 수 있으며, 양안(兩岸)을 오가는 문화의 물결을 과연 어느 만큼이나 저지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결국은 브렉시트가 초래한 엄청난 경제위기가 마치 담장 안 무도회에 불쑥 나타난 '붉은 죽음'처럼, 피아(彼我) 모두를 혼란과 파멸로 몰아가는 전조가 되지 않을까 매우 염려스럽다. 이야기 속의 높은 담장이 아무 쓸모가 없었듯이 멕시코와의 국경에 담장을 쌓겠다는 트럼프의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붉은 죽음'을 이겨내는 길이 과연 있기는 한 걸까? 있다면 무엇일까? 오히려 높은 담장을 낮추는 것이 정답일 수도 있지 않을까? 담장 너머에 있는 사람들이 처한 삶의 현실을 이해하고 공유하며, 그들의 아픔을 함께 치유해 나가는 길 만이 지금 세계를 향해 무섭게 다가오고 있는 '오늘의 붉은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아닐까?

2016-07-04

브렉시트가 미국에 미치는 5가지 영향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가 확정되면서 전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재정정보사이트 뱅크레이트는 브렉시트가 미국인들에게 직접 미칠 5가지 영향에 대해 분석했다. ▶유럽 휴가 비용 저럼 지난 27일 기준으로 영국 화폐인 파운드가 달러 대비 14%나 폭락하면서 파운드당 1.31달러까지 떨어졌다. 이는 31년래 최저치다. 더욱이 일부 환율 전문가들은 올해 말까지 1파운드가 1달러나 1.1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즉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서 유럽 여행경비가 상대적으로 내려가기 때문에 유럽 휴가비용이 저렴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했다. ▶CD와 채권 수익률 악화 미국 국채 수익률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10년 만기 국채의 경우, 28일 기준으로 수익률이 3개월 전보다 0.5%포인트 하락한 1.46%였다. 또 2년과 5년 만기 CD 수익률은 한 달 전에 비해서 각 0.01%포인트씩 떨어졌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수익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모기지 이자율 하락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인 미국 채권으로 쏠리면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과 연동된 30년 고정 모기지 이자율도 내림세를 기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7일 현재 30년 고정 평균 모기지 이자율은 3.52%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증시불안 브렉시트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다가 28일부터 다시 반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영국과 유럽연합간의 탈퇴 협상기간 2년 동안 증시는 등락을 거듭하는 불안정한 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미국의 경우, 브렉시트로 인해 기준금리 인상도 미뤄진데다 올릴 시기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 전문가는 경제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투자자들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주식은 줄이고 안전자산을 늘리는 방식을 구성하기 때문에 증시 하락 또는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자 취업 제한 브렉시트의 주요 쟁점 중 하나가 이민정책이었다. 브렉시트 확정으로 미국인들이 영국에서의 구직활동을 벌이는데 족쇄가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보수당이 숙련 이민자 채용시 기업이 법적으로 줘야하는 최소 연봉을 높게 설정하거나 이민자 고용 스폰서십을 제한하는 등의 해외인력 취업에 제동을 거는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진성철 기자

2016-06-29

브렉시트 투표 D-2…여론전 치열

휴전은 짧았다. 조 콕스 영국 노동당 의원의 피살에 따른 신사적 침묵은 이틀로 끝났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여론전이 다시 시작됐다. 반대하는 쪽은 '경제 종말론'을, 찬성하는 쪽은 '주권회복'을 목놓아 외치고 있는 모양새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브렉시트가 되면 장기적으로 300억 파운드의 재정 부족이 발생할 수 있다. 세금을 올리고 복지 지출을 축소한 비상 예산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금과 복지 지출에 민감한 영국의 노년층을 겨냥한 공세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19일 밤 텔레비전 연설에서 "브렉시트는 영국뿐 아니라 유럽과 세계 모두에 충격을 준다"고 주장했다. 찬반 진영의 말이 격해지고 있는 와중에 여론조사는 콕스 의원 죽음 이후 의미심장한 변화를 보였다. 브렉시트 반대가 찬성보다 높게 나왔다. 45%대 42%였다. 지난달 마지막 주부터 가파르게 오르던 찬성 지지율 흐름이 한풀 꺾인 셈이다. 아시아 시장은 20일 찬반 진영의 말보다 여론조사를 더 의미 있게 받아들였다. 브렉시트 리스크 때문에 약세를 보였던 위안화 값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 달러당 6.58위안에 거래됐다. 반면 리스크 회피 때문에 급등했던 일본 엔화 가격은 하락세였다. 이날 달러 당 104.8엔 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무엇보다 영국 파운드화가 가파르게 급등했다. 도쿄 등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1파운드 가격은 1.4571달러에 사고 팔렸다. 전날보다 1.5% 뛴 것이다. 특히 지난주 금요일 이후 이틀 연속 오름세였다. 톰슨로이터는 "브렉시트 지지율이 빠르게 떨어지지는 않지만 글로벌 시장의 반응에 비춰 브렉시트는 23일 이후 '한여름 밤의 소동'쯤으로 비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영국은 브렉시트 파동을 통해 만만찮은 실익을 챙겼다. 캐머런 총리가 브렉시트를 압박카드로 활용해 EU로부터 큰 양보를 이미 받아내서다. 자국 노동시장에 대한 방어권 등이다. 블룸버그는 "무엇보다 캐머런은 EU 신규 규제가 주는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장치를 따냈다"고 보도했다. 바로 신규 법규에 대한 레드카드다. BBC 방송은 "EU가 기업에 대한 세금이나 금융회사를 겨냥한 규제를 만들면 EU 회원국 의회가 55% 이상 찬성하면 그 법안을 거부하거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법안을 제정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요즘 EU는 법인세를 더 걷고 금융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온갖 법안을 만들어내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등이 이런 규제를 받아들여야 할 때 영국은 충격을 상쇄할 수 있다. 톰슨로이터는 "영국이 사실상 규제 피난처로 구실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기업들을 유인할 수 있는 요인이다. 중장기적으로 일자리 창출과 조세 수입이 늘어날 수 있다. 블룸버그는 "규제 피난처는 지속적인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이는 국민투표 예정일인 23일 이후 글로벌 시장이 파운드화와 영국 주가에 반영될 가능성이 큰 변수다. 이주민의 복지 혜택 축소도 얻어냈다. EU 국민이 영국 내에 취업할 때 초기 4년 간은 실업수당 청구권 같은 복지 혜택을 제한하기로 했다. 테러 위협 또는 중범죄 등과 관련해서 EU 국민이 영국으로 이주할 것으로 예상되면 영국 정부가 이들의 유입을 차단할 권한도 부여받았다. 결국 브렉시트가 부결되면 영국으로서는 남는 장사를 하는 셈이 된다. 강남규 기자

2016-06-20

커지는 브렉시트 가능성…추락하는 파운드화 가치

"진짜 불안하다." 세계적인 금융 중심지인 영국 런던의 시티에서 일하는 한 금융인이 최근 한 토로다. 23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여부(Brexit.브렉시트)를 묻는 국민투표를 두고서다. 그는 "탈퇴할 리 없다고 여겼는데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면 탈퇴할 수도 있겠다 싶다"고 했다. 그만이 아닐 게다. 2013년 보수당 내 브렉시트파 의원들을 달래기 위해 국민투표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이 상황에 처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잠도 못 자고 걱정하고 있느냐"란 질문에 "당연하다.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답한 일도 있다. 영국 안팎에선 얼마 전까지 "결국엔 잔류가 이기겠지"란 기대가 있긴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영국을 방문, 잔류 쪽에 강하게 힘을 실어준 이후 영국 파운드화 가치가 올라간 일도 있다. 그러나 최근 탈퇴 쪽에 힘이 실리는 듯한 여론조사 발표가 나오면서 혼전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10일 발표된 ORB의 온라인 여론조사가 충격파였다. 탈퇴 쪽이 10%포인트까지 앞선다고 나와서다. 투표 의사까지 감안한 것으로 탈퇴를 지지한 의견이 55%인 반면, 잔류 쪽은 45%에 그쳤다. 최근 1년 사이 나온 조사 중 격차가 가장 많이 벌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줄곧 잔류 가능성을 높게 봤던 베팅 업체들이 승률을 재조정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베트페어는 잔류 가능성을 78%→70%로 낮췄고, 래드브로크는 브렉시트 가능성은 27%→30%로 높여 잡았다. 이처럼 브렉시트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파운드화 가치도 떨어졌다. 10일 여론조사 발표 이후 외환 트레이더들은 영국 파운드를 팔아 치우고 미국 달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달러 대비 파운드의 하락폭은 하루 낙폭으론 올 2월 이후 넉 달 새에 가장 컸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브렉시트가 가결되면 파운드화 가치는 폭락하고 미국 주가도 큰 충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더 시티(런던 금융시장)와 미국 월가는 브렉시트가 가결되면 파운드 가치가 20% 추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영국 주가는 두서너 달 새에 24% 정도 급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리스크 측정 회사인 액시오마는 "유럽 대륙의 주가도 20% 떨어지고 미국 주가도 비슷한 충격에 시달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식 54%와 채권 41%로 구성된 가상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스트레스 테스트(충격 시험)를 해본 결과다. 고정애 런던 특파원·강남규 기자

2016-06-13

금리, 양적완화, 브렉시트…긴장의 6월

6월 한 달 유난히 많은 글로벌 경제 이벤트가 몰리면서 투자심리도 얼어붙었다. 변수가 너무 많은 탓에 시장이 어떻게 흐를지 예측하기 어려워지자 투자자도 관망세로 돌아섰다는 얘기다. 가장 주목을 끄는 것은 14~15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인가 여부다. 최근까지 미국 경제지표가 개선 추세여서 6월 인상설이 힘을 얻었다. 그러나 지난 3일 발표된 미국의 5월 비농업 취업자 수가 3만8000명밖에 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자 분위기가 반전했다. 2010년 이후 최저 증가 폭이었기 때문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6일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필라델피아 세계정세협의회(WAC) 연설에서 향후 금리 인상에 대해 어떤 견해를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결정하는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국민투표도 관건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등은 모두 23일 투표에서 영국이 탈퇴 쪽으로 기울 경우 증시가 폭락하고 외환시장이 요동치는 등 악재가 속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현재 영국의 잔류를 예상하는 사람이 더 많지만 브렉시트 투표는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결과가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15~16일 일본은행의 통화정책회의도 관심을 끈다. 아베노믹스가 최근 동력을 잃어 가면서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가 극단적인 양적완화책인 '헬리콥터 머니'를 도입할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헬리콥터 머니는 정부가 발행한 영구 국채를 중앙은행이 사들여 돈을 공급하면서 이를 재원으로 감세, 공공투자 등 재정 확대를 하는 방안이다. 경기 부양에 중앙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는 극약처방이다. ◆미국 신규 고용 6년래 최저 미스터리=세계 금융시장은 암호 해독 모드다. 지난 3일 미국 비농업 신규 취업자 수가 5월 한 달 동안 3만8000개밖에 늘지 않았다는 발표 때문이다. 한 달 전인 4월엔 12만3000개가 늘었다. 거의 3분의 1토막 났다. 월가의 예상치는 16만 개 정도였다. 일부 미 언론은 '고용 쇼크'라고 묘사했다. 그럴 만했다. 신규 취업자 수는 미 경제지표 가운데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통계다. 미 경제분석회사인 이코노믹아웃룩 그룹의 수석 분석가인 버나드 버몰은 "월별 경제통계 가운데 가장 먼저 발표되는 데다 조사와 발표 시점의 차이가 가장 짧은 게 일자리 통계라서 월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전문가의 말을 빌려 "이동통신회사 버라이존의 파업 사태로 노동자 3만1000명이 취업 상태가 아닌 것으로 통계에 잡혀 새 취업자 수가 적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취업자 수는 기본적으로 변동성이 가장 큰 지표로 꼽힌다. 적잖은 전문가가 5월 치에 큰 의미를 두지 않으려 하는 이유다. 굳이 일자리 창출이 지난해처럼 다달이 20만 개씩 이뤄질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옐런 Fed 의장은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10만 개에 좀 미치지 못해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발언했다. 그의 발언을 기준으로 해도 5월 치 3만8000개는 턱없이 적다. 게다가 제조업체 가운데 고용을 늘린 곳은 5월에 51%에 그쳤다. 두 달 전인 3월엔 56%였다. WSJ는 "시간당 평균임금의 증가 추이도 좋지 않다"고 전했다. 다만 5월 실업률은 4.7%로 한 달 전 5.0%보다 개선됐다. 이는 일자리가 는 게 아니라 경제 상황에 실망한 사람들이 구직활동을 포기해 경제활동인구가 줄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강남규.박성우 기자

2016-06-05

[투자의 경제학] 금리인상과 브렉시트

5월에 꾸준히 올라 최고치 수준에 근접하게 올라갔던 증시가 앞으로 어떻게 될 지가 큰 관심이다. 역사적으로 6월부터 9월은 증시가 약세를 보인 적이 많이 있었다. 특히 이번 6월에는 증권시장에 큰 변수가 될 중요 이벤트 두가지가 있는데 바로 미국 금리인상 여부와 브렉시트다. 6월 14~15일에 열리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추가 금리인상 여부가 결정된다. 연준은 그동안 기준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금리인상을 위한 조건들이 충족되고 있다고 말했는데 4월 실업률은 5.0%로 완전고용 수준을 달성했고 소비와 생산도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재닛 옐런 의장도 지난 27일 하버드대 연설에서 경제가 예상대로 성장한다면 앞으로 몇 달 안에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발언하여 이번이나 7월의 정례회의에서 금리인상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증시가 큰 조정을 받았던 것 처럼 이번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다른 많은 나라들이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미국이 홀로 금리인상을 하게 되면 달러 강세가 되면서 전세계적으로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금융시장에 중요한 이벤트는 브렉시트(Brexit) 투표이다. 영국이 유럽연합(EU)에서 탈퇴를 하느냐 아니냐를 결정하게 될 영국의 국민투표가 23일 실시되는데 단 한번의 투표로 판가름이 날 예정이다. 브렉시트는 2012년 EU의 재정위기가 심해지면서 불거졌는데 영국 총리인 데이비드 캐머런이 2015년 선거에서 EU와 회원국 지위 변화를 위한 협상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재선에 성공하면서 EU 정상들과 합의안을 타결했다. 개혁안은 이민자에 대한 복지축소, 비 유로존 금융규제 예외 적용 등 경제적, 정책적으로 영국에게 특별한 지위를 보장하게 된다. 영국은 EU에서 2번째로 큰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는데 만약 탈퇴를 하게 된다면 영국 뿐 아니라 유럽 경제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돼 EU에서는 영국이 주장하는 대부분을 받아들여줬다. 영국내에서는 총리가 잔류를 주장하고 있지만 차기 총리를 노리는 전 런던시장 보리스 존슨을 포함한 보수당 일부가 탈퇴를 주장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달 말 시행한 국민여론 설문조사 결과 탈퇴 45%대 잔류 41%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영국은 지난 1973년에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탈퇴를 고려한 투표를 시행해서 67% 찬성으로 잔류한 바 있다. 이번에도 탈퇴가 현실로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경제학자들은 보지만 불안감으로 인해 영국 통화인 파운드화는 현재 약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에서 가장 큰 악재는 불확실성이다. 그리고 불확실성으로 인한 변동성에 대비하는것이 어려운 일 중 하나로 꼽힌다. 이자율 인상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문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증시에 문제를 야기시켜 왔고 이번에 판가름이 날 예정이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던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추이를 지켜보며 그 이후의 상황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문의: (213)221-4090

2016-06-01

브렉시트 투표 한달 앞, 베르됭서 손잡은 메르켈.올랑드

1984년 9월 22일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헬무트 콜 서독 총리가 프랑스 베르됭(Verdun)의 두오몽 납골당 앞에서 손을 맞잡았다. 1916년 제1차 세계대전 당시 베르됭 전투로 목숨을 잃은 30만 명의 프랑스.독일군을 기리는 첫 추모 기념식이 열린 자리였다. 이곳에서 두 정상의 악수는 양국 화해를 상징하는 역사적인 장면이 됐다. 국경 통제를 폐지하고 자유 통행을 보장한 솅겐협정이 합의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베르됭 전투 100주년을 맞은 29일(현지시간) 베르됭 두오몽 납골당에서 1984년 때처럼 프랑수와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나란히 섰다. 그때와 달리 지금은 양국이 더할 나위 없는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만큼 두 정상은 이날 '화해와 평화'라는 기념식의 의미를 유럽 통합에 십분 활용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기념식 연설에서 "유럽은 지금 분열 위기에 당면해 있다"며 "이곳 베르됭에서 엄숙한 의무는 서로 사랑하며 유럽이라는 공동의 집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지 못하면 역사의 폭풍우에 다시금 휘말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도 뒤이은 연설에서 유럽 통합을 역설했다. 그는 "현재 유럽이 당면한 위기는 함께 극복해야 한다. 국수주의적 사고와 행동은 유럽을 후퇴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올랑드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가 전달한 메시지는 '하나의 유럽'이다. 로이터통신은 "한달 뒤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가 예정돼 있고 난민 유입과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잇따른 테러 등으로 유럽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유럽이 쪼개질 판에 프랑스와 독일 정상이 유럽 통합을 강조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날 기념식은 이른 아침 올랑드 대통령이 베르됭 독일군 묘지에서 메르켈 총리를 맞는 것으로 시작했다. 빗 속에서 두 정상은 함께 우산을 쓴 채 묘지 사이를 걸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주 일본에서 개최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나란히 참석한 올랑드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는 귀국 뒤에도 베르됭 일정을 함께 하게 됐다. 이날 오전 베르됭 시청사에서 열린 행사에선 양국 우호에 초점이 맞춰졌다. 올랑드 대통령은 "베르됭은 양국에 고통의 장소이면서 동시에 우호와 평화가 시작된 희망의 장소"라고 말했다. 메르켈 총리는 "과거를 아는 사람만이 교훈을 얻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 베르됭의 기억을 깨어있도록 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베르됭 전투는 1차 세계대전 중 최악의 전투로 기록됐다. 독일군과 프랑스군이 1916년 2월21일 프랑스 동북부 관문인 베르됭에서 맞붙었다. 전투는 12월15일까지 10개월 간 지속됐다. 프랑스가 이 전투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최장기 전투였던 만큼 양국의 인명 피해는 엄청났다. 프랑스군 16만3000명 독일군 14만3000명이 각각 전사했으며 수십만 명이 부상했다. 당시 6000만 발의 포탄이 전장에 떨어졌으며 이 중 4분의 1가량은 터지지 않았다. 불발탄 폭발 위험 때문에 베르됭에서는 아직도 건물 신축과 농사가 금지돼 있다. 백민정 기자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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